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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한 달 만에 주인 잃은 게임 — 드래곤소드 사태

모바일게임 드래곤소드의 현재 사태를 르포 형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전액 환불 사태

2026년 2월 19일, 퍼블리셔 웹젠이 돌연 드래곤소드의 결제 중단과 전액 환불을 발표했다. 출시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별다른 사전 공지 없이 터진 이 발표에 이용자들은 혼란에 빠졌고, 커뮤니티는 빠르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 — 계약 해지와 MG 미지급

혼란의 실마리는 엿새 전인 2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발사 하운드13이 웹젠에 퍼블리싱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웹젠이 계약상 지급 의무가 있는 MG 잔금 약 30억 원을 끝내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

웹젠은 출시 한 달 전 20%, 출시 당일 20%만 지급한 채 멈췄다. 나머지 60%는 하운드13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순간까지 입금되지 않았다. 하운드13은 잔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웹젠은 "서비스 중단 및 전액 환불을 검토 중이라 지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드래곤소드는 어떤 게임인가

드래곤소드는 하운드13이 개발한 서브컬처 오픈월드 액션 RPG다. 2026년 1월 21일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다만 출시 전후로 공식 마케팅이 사실상 전무했고, 게임의 존재 자체를 출시 후에야 알게 된 이용자도 적지 않았다.

MG(미니멈 개런티, 최소 보장 금액)는 게임 매출과 무관하게 퍼블리셔가 개발사에 반드시 지급해야 할 계약상 선수금이다. 게임이 잘 되든 안 되든 개발사가 최소한 이 금액만큼은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구조로, 퍼블리셔-개발사 계약에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 중 하나다. 드래곤소드 계약은 판권료 없이 MG만을 지급받는 구조였기 때문에, MG 미지급은 곧 하운드13이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개발사 vs 유통사, 각자의 주장

하운드13은 MG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금난이 심화됐고, 사내 개발자들에게 한 달 무급 휴가를 실시해야 할 만큼 재정이 한계에 몰렸다고 밝혔다. 또한 웹젠이 추가 투자를 명목으로 지분 25% 이상을 액면가로 매입하려 했고, 과반 지분 확보와 자회사 편입까지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개발 일정 관련해서는 출시 시점 조정이 양사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며, 2025년 5월 CBT도 정상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웹젠은 정반대 입장이다. 당초 2025년 3월이었던 개발 완료 시점이 개발사 요청으로 반복 연기됐으며, 그럼에도 MG 일부를 선지급하고 추가 운영자금 투자까지 협의하던 중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계약 해지 자체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도 함께 내세웠다.

양측의 주장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리고 이 갈등은 전액 환불 발표 이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뒤늦게 지급된 MG, 그러나 해지는 유효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웹젠은 2월 27일 미지급 상태였던 MG 잔금 전액을 하운드13에 지급했다. 표면적으로는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하운드13의 반응은 달랐다. "본래 받아야 할 돈을 이제야 준 것뿐"이라며 계약 해지 의사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웹젠은 여전히 "퍼블리싱 계약은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법적·계약적 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잔금 지급이 갈등 해소가 아니라 증거 확보용 조치였다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왔다.

게이머들이 주목한 정황들

이용자들의 시선은 단순한 계약 분쟁을 넘어섰다. 여러 정황이 겹치면서 웹젠에 대한 의혹이 커졌다.

첫째, 마케팅 공백이다. 출시 전후로 공식 홍보가 사실상 전무했다. 퍼블리셔가 자사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는 것은 업계 관행상 이례적인 일이다.

둘째, 출시일 선택이다. 드래곤소드는 1월 21일에 출시됐는데, 공교롭게도 글로벌 기대작 '명일방주: 엔드필드'의 출시일은 바로 다음 날인 1월 22일이었다. 하운드13은 원래 출시일이 달랐으나 웹젠이 자사 게임 '아이온2' 일정을 피하기 위해 조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마케팅도 없이 초대형 경쟁작 전날 출시라는 최악의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셋째, 지분 인수 시도다. 웹젠은 이미 하운드13의 2대 주주(지분 25%)였음에도, 추가 투자를 명목으로 25% 이상의 지분을 액면가로 매입하려 했다. 액면가 인수는 시장가 대비 현저히 낮은 조건으로, 사실상 헐값에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과반 지분과 자회사 편입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웹젠이 처음부터 드래곤소드를 키울 의도 없이, 하운드13을 재정적으로 고사시킨 뒤 IP를 헐값에 흡수하려 했다는 것이다.

피해는 유저가 떠안았다

분쟁의 직격탄을 맞은 건 결국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들이었다. 출시 한 달 만에 서비스 중단 위기가 터졌고, 과금을 한 이용자는 전액 환불 처리를 받았지만 게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1년 넘게 출시를 기다려온 이용자에게는 더욱 허탈한 상황이었다.

드래곤소드의 서비스가 언제, 어떤 형태로 정상화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 사태가 남긴 것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이번 사태를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 분쟁이 고스란히 이용자 피해로 전가되는 업계의 구조적 문제로 지목하며 표준계약서 개정을 촉구했다.

사실 퍼블리셔-개발사 간 갑을 관계는 한국 게임 업계에서 오래된 문제다. 자본력을 가진 퍼블리셔가 계약 구조를 주도하는 구조에서, 개발사는 분쟁이 생겨도 법적 대응을 이어갈 여력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태는 그 민낯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웹젠과 하운드13의 법적 공방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사태가 한국 게임 산업의 계약 관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